두 번째 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한 벤투 감독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16강에서 브라질에게 4대1로 패하며, 16위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우려와 걱정이 지속됐던 4년 간의 과정이었지만 월드컵 성적과 마무리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우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두 번째 원정 16강을 달성하였습니다. 지난번 원정 16강은 2010 남아공 월드컵으로 다시 16강에 오르기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즉 2014, 2018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조별 리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16강 탈락으로 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반대로 16강 진출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빌드업 축구에 대한 고집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
그리고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이전과는 다르다는 감상이 많았습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꾸준히 빌드업 축구를 하겠다고 말해왔고, 전문가 및 언론, 그리고 대중까지도 벤투의 그런 철학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어 왔습니다.
우선 빌드업 축구는 볼소유를 최대한 상대방에게 넘겨 주지 않고, 패스를 돌리며 상대방을 끌어내며 공격을 진행하는 것이 기본인데, 월드컵에서 약팀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취하기에 좋은 전술은 아니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벤투호는 부임 초기인 2019년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쳤고, 부임 기간 동안 높은 승률 (35승13무9패, 61.4%) 을 기록하는 등 선방했지만 일본과의 경기에서 연달아 3대0으로 패배 했습니다.
하지만 벤투호는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본선에서 해설로 참여한 박지성이나, 안정환 등 많은 전문가들에게 우리 나라가 월드컵에서 2002년을 제외하고 이런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냐며 호평을 받는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성적도 원정 16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기록한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감독으로서도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기록한 감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협회의 입김과 여론과 대중의 흔들기로 대표팀 감독을 달달 볶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면 마냥 그대로 두는 것도 답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잦은 감독 교체,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바꾸는 것 또한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을 교체했던 2014, 2018 월드컵은 명확한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을 끝나고 감독과 전술의 연속성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특히 김민재 선수는 실패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면서 패배나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방향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고, 손흥민 선수도 지속적으로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훈련해왔기 때문에 오랜만에 소집되어도 어려움 없이 적응할수 있었고, 자신들이 갈고 닦은 축구를 믿고 월드컵에 임할 수 있었다며 이전의 월드컵과는 확실히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52개월에 걸친 벤투호는 분명히 이전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들이 경험했던 잔혹사와는 이별하는게 맞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대표팀 소집 후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떠난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은 떠날 때도 아름다웠습니다. 좋은 경기력과 원정 16강 달성으로 이전과는 다른 팬들의 성원에 감동한 듯 마지막 인터뷰 후 출국 할때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축구 협회는 벤투 감독이 떠난 후 한가지 사실을 말해주었는데, 벤투 감독과 그의 코치들은 정리를 너무 잘하며, 대표팀을 소집하면 훈련 첫날부터 뭘 했는지 영상, 텍스트로 다 정리해 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판곤 감독은 그 자료를 갖고 분석해서 교육 자료, 연구 자료로 만들어 유소년과 엘리트 조직에 재배포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벤투 감독은 단순히 대표팀의 경기 기록, 선수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국가 대표팀이 소집 된 후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매번 감독이 교체 되고 새로이 부임하다보면 새로운 감독과 코치진은 새로운 환경을 익히고,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이런 기록을 통해 새로운 감독이 부임해도 기존 기록을 기반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며, A대표팀의 운영 과정에 대한 기록은 하위 조직, 엘리트 축구를 하고자하는 유소년 팀에까지 공유되어 한국 축구의 거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